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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출생자와 사망자) 관련 아파트 가격에 대한 생각

샐러두루두루둠 2023. 1. 4. 22:38


나는 서울 아파트값에 대한 상승 혹은 하락에 대한 종합적인 예측을 할 생각은 없다.
해당 주제는 모든 변수를 꼼꼼히 챙기기가 불가능한 고차 함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승과 하락에 대한 예측은 포기하고 일반적으로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요소들을
관심이 생기는 순서대로 하나하나 나름대로 분석해보려고 한다.

최근 관심이 생긴 주제는 인구가 부동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인구문제, 특히 출산율과 혼인율은 워낙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부동산 관련 콘텐츠뿐만 아니라 뉴스나 신문에도 많이 언급되는 주제이다.

사실 부동산 시장에 있어서 인구문제는 부동산 하락기마다 고개를 든다.
그리고 상승기에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대부분 중요하게 논의되지 않는다.
사실 이 사실만 봤을 때는 인구 문제가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과거 하락장에서도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은 끝났다."라고 했지만
이와는 전혀 무관하게 엄청난 상승장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이것이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은 보통 둘로 나뉘고 아래와 같이 전개된다.
1) 인구가 감소하지만 가구 수는 증가하고 지방 인프라가 붕괴하면서 수도권으로 인구 집중되고 결국 수도권(특히 서울) 집값 상승(+이민으로 인한 인구 상승)
2) 인구가 감소하고 가구 수는 증가하지만 1인 가구는 주로 노인 혹은 저임금자(사회초년생 등)이며 [인구 감소 속도 > 수도권 인구 집중 속도]이기 때문에 수도권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각 주장에는 디테일한 각론들이 있지만 요약하면 저 정도가 될 듯하다. 어떤 주장이 맞을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만 대략적인 데이터를 통해서 비교/분석해보자.

인구의 증감은 출생자 수와 사망자 수가 주된 영향을 미친다.
일단 모두가 알다시피 출생자 수는 2022년(약 26만명)에 최고점인 1970년대 초(약 100만명)에 비해 1/4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사망자 수는 2010년 초부터 지속해서 상승해서 최근 5년간 매년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급격하게 산업화하면서 의학 기술 역시 급속도로 발전했고 특정 시점(1970~1980년대)부터 사망 시점이 이연되었기 때문이다. 즉 예전 같았으면 사망했을 사람들의 수명이 특정 시점부터 20~30년 정도 이연되어 노인인구가 적체되었고, 그 노인인구가 이연된 사망 연령에 도달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7~80대는 보통 자녀를 3~5명 정도 낳았고, 그들이 살던 아파트는 자녀들에게 분배된다.
만약 아파트 1채가 전 재산이라면 자녀들은 그 집을 공동명의로 가지게 될 것이다.

일단 자녀가 5명이라고 생각해보자.
현재 시세 10억인 아파트를 5명이 나누어 가진다고 하면 1명에게 돌아가는 자산 가액은 2억원이다.
2억원은 물론 큰돈이지만 2023년 1월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반등한다고 해도
공동명의로 큰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100% 올라도 수익은 2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파트는 사용 목적이 있는 자산이기 때문에
공동명의로 갖는 순간 공평하게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결국 정상적인 공동 사용의 불가능, 시세차익에 대한 작은 기대로 인해
해당 매물들은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이득 혹은 손실금액도 1/N로 나누어져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급매물로 빠르게 처분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사망자 수의 증가는 생각보다 부동산 시장의 매물을 급격히 증가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위와 같이 생각하면 출생자 수 감소와 사망자 수 증가가 시너지를 일으켜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예측이 어려운 이유는 상승요인도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방 도시는 해당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세금으로 인프라를 확충한다. 그런데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 인프라를 보존하고 추가할 수 있는 재원이 사라진다. 도로,학교,의료원 등 공공 인프라가 노후화되고 마트, 대형병원, 영화관, 서점 등도 수요부족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인프라가 붕괴하면 그 지역의 매력도는 떨어지고 해당 지역 사람들은 수도권 혹은 광역시권으로 이동한다. 결국 수도권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지방 부동산이 투자 상품으로서 아예 매력을 잃고 결국 투자수요가 서울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2019~2021년 동안의 급상승기를 지나면서 지방에서 수도권 아파트 구매 여력이 있는 사람의 상당수가 이미 수도권 아파트를 매입해 미래 수요가 이미 선반영 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며, 젊은 인구는 이미 서울로 유입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시골에 가까운 시골 지역에는 젊은이가 아주 희귀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지방 도시의 소멸로 인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경우 수도권 특히 서울 부동산을 매입할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인구의 변동은 아파트 가격에 있어서 상승요인보다는 하락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추후 인구 변동에 대한 효과적인 정책 혹은 문화의 변화로 인해 인구가 다시 상승하거나, 인구 하락 예상에 따라 건설사들의
아파트 공급량이 급감하는 경우 등 인구와 관련된 상승요인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금리 인하에 따른 심리 변화, 코로나 종식에 따른 혼인율 증가 등 기타 거시적인 상승요인도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추후 기회가 되면 상승 요인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고자 한다.